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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경제사상가 이건희 - 그는 30년을 내다본 미래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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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상가 이건희

* 내가 고른 문장들

=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 "제2 창업은 각종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는 겁니다. 우선은 정신적인 변화를 찾아야 하겠고, 다음은 기술적으로 삼성이 추구하는 전자, 반도체, 항공, 유전공학 분야에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우리에게는 소프트웨어 개념이 거의 안 돼 있어요. 천만 달러짜리 컴퓨터로 숫자 계산이나 한다면 어리석지요. 그걸 이용해 1억 달러의 효과를 낼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신경 써야 되겠지요. 단순노동, 저임(금)만으로는 국제화 시대를 이겨나갈 수가 없어죠. 두뇌산업 쪽으로 모든 개념을 바꿔가야 하겠다는 것이 바로 제2 창업의 의미입니다." (<신동아> 1988년 5월호)

 

- "앞으로 수년 내 1기가 반도체가 상용화된다. 1기가는 트랜지스터 10억 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기에 드는 전력량은 10Wh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 용량을 진공관으로 연결해 가동하려면 230만 kWh가 소비된다. 만약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1기가 반도체가 들어간다면 원자력 발전소 2기를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1997년)

 

= 제품의 질이 아닌 삶의 질

- "버젓이 불량품을 내놓고도 미안한 마음이 없는 양심 불량, 삼성 이름이 들어간 불량품을 보고도 분한 마음이 들지 않는 도덕적 불감증, 일하는 사람 뒷다리 잡는 풍토와 집단 이기주의 등 정신문화의 불량이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질 좋은 물건을 만들려면 회사 조직도, 삼성 조직 전체도 질로 가야하고, 여러분 개개인의 인생도 질을 추구해야 한다. 자녀 교육도 질로 가야 이 나라가 질적인 일류가 되며 질적인 삶의 개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 신경영은 문화혁명이었다

- "모든 변화의 원점에는 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나는 준비되어 있으니 너부터 먼저 변해봐라'하는 방관적인 태도나 '나는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너는 앉아서 편히 쉬느냐'고 남을 탓하는 태도, 또는 '나는 쉬는데 너만 혼자 뛰기냐'며 뛰는 동료를 질시하거나 뒷다리를 잡는 태도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변화의 장애물이다. '나부터 변화', '너부터 변화'는 비록 획 하나의 차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전부'와 '전무'의 차이인 것이다." (<변해야 살아남는다>)

 

= 몸이 바뀌어야 정신이 바뀐다

- 이 회장은 입는 옷에 대해서도 '효율'을 추구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왜 늘 같은 옷(검은 양복)만 입느냐"는 질문에 "지금 입고 있는 옷하고 똑같은 게 다섯 벌이 있다. 이런 복장은 어디서든 통하지 않느냐. 상가喪家에서도 통하고 결혼식에 가도 통하고"라고 답했다. (<월간조선> 1989년 12월호)

 

= 인터뷰와 글을 통해 보는 이건희의 내면

- (어린 시절 일본 생활로) "성격이 내성적이 됐고, 친구도 없고 술도 못 먹으니 혼자 있게 됐고, 그러니까 혼자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생각해도 아주 깊이 생각하게 됐죠. 또 선진국에 살다보니 앞선 제품과 기술에 관심이 많게 되고 이겨야겠다는 마음도 생기고 그랬죠. 가장 민감한 때에 배고픔, 인종차별, 분노, 객지에서의 외로움, 부모에 대한 그리움, 이런  모든 걸 다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에게라면 뭐든지 지고 싶지 않아요. 상품은 물론이고 레슬링, 탁구, 뭐든지.. 일본만 이기면 즐거워요." (<월간조선> 1989년 12월호)

 

= 다양한 앵글로 업을 바라보다

- "21세기형 경영자는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창조하며, 변화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 내에 전파해야 한다는 점에서 철학자적 경륜이 요구된다."

 

= 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 "현재의 제조업이 서비스 산업화하는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21세기 일류 컴퓨터 회사는 컴퓨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의 문제와 요구에 따라 컴퓨터 시스템을 설계해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만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드웨어는 외주를 통해 조달하면 되는 것이다." (<만들지 않는 제조업>)

- "흔히 '자동차업이 뭐냐'고 할 때 '네 바퀴를 축으로 하고 구동장치를 얹은 탈것(수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업'이라고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업은 이보다 더 큰 개념이다. 자동화된 대형 일관 체제를 갖추고 연구개발 시스템과 판매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하며 '할부 금융과도 유관한 산업 또는 비즈니스'라고 정의 내려야 한다. 앞으로 가솔린 연료가 없어지고 수소 연료나 전기로 움직이게 될 것이므로 수송업이 아니라 전자*전기업으로 바뀔 수 있다."

 

= 원점 사고가 먼저다

- "나는 일하고 챙기는 데 내 나름의 몇 가지 원칙과 습관이 있다. 먼저 목적을 명확히 한다. 보고를 받을 때도 보고의 목적과 결정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한다. 다음은 일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한다. 본질을 모르고는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다. 본질이 파악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물어보고 연구한다. 나는 삼성의 임직원들에게 '업의 개념'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당신이 하는 일의 업의 개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이 당황한다.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기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가기가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먼저 숲을 보자>)

- "모든 사물과 일을 대할 때 '원점 사고'를 갖고 새롭게 바라보야아 비로소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프로 골퍼들이 슬럼프에 빠지면 골프채 잡는 법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빨리가 아니라 먼저다

- "기술을 도입할 때는 파는 쪽에서 요구하는 금액을 다 주는 것이 유리하다. 100만 달러를 요구하면 100만 달러를 아낌없이 다 주라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의 실패 사례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다. 몇 푼 아끼겠다고 기술료를 반으로 깎으면 틀림없이 그들은 10만 달러어치 밖에 가르쳐주지 않는다."

 

= 변화를 선점하는 안목

- "디지털 문명이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과거에는 물건을 사려면 시장에 가야 했고, 골프 연습을 하려면 골프장에 가야 했다. 이제는 이런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컴퓨터 화면에 떠오르는 물건들을 구경한 다음 선택 키만 누르면 시장에 가지 않고도 물건이 배달되어 온다. 실내에서 스윙만 해도 푸른 잔디 위를 날아가는 흰 공을 볼 수 있다. (중략) 지금까지 갖고 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도 바꾸어야 한다. 다가올 미래에는 가짜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가상의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터넷 열풍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미래는 디지털이 만드는 유토피아, 즉 '디지토피아'라 단언해도 좋을 듯하다. (<디지토피아>)

 

= 모두가 이기는 지혜를

- "일본 수준으로 불량률을 낮출 수 있다면 적자가 나도 좋으니 협력업체에 10억~20억씩 선금을 줘도 좋다. 샤프나 산요보다 마진을 더 주라. 그렇게 해서 삼성 제품이 시장에서 샤프 제품과 같은 값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샤프가 타도되는 것이다. 쓸데없이 '샤프 타도' 떠들어봐야 좋을 게 없다. 지금 샤프가 우리한테 부품도 안 팔려고 하지 않는가. 조용히 실력을 키우면 될 것을 '타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서 상대방이 경계하고 담을 쌓도록 만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1993년 도쿄 회의>)

 

 

* 총평

- 대한민국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정작 이건희가 누구인지 알아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 이건희 전 회장을 글로벌 기업으로 삼성을 만든 위대한 경영자라고 존경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노조 파괴나 반도체 산업 재해, 3대 승계 등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죠. 이 전 회장이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고 해서 어두운 면을 다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건희의 혜안, 이건희의 통찰력을 무시한다면 그것 역시 제대로 된 평가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 최근 '성공팔이'라는 말이 유행했죠. 성공하는 방법,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유튜브로는 맛보기만 보여주고, 제대로 배우려면 돈을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경제사상가 이건희>부터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의 정수精髓가 들어 있습니다.

 

- 이건희는 집요합니다. 특히 '업의 개념'이라는 말은 책을 덮은 이후에도 계속 곱씹게 됩니다. 내가 하는 일의 개념은 도대체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이며, 무엇을 해야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업의 개념', 인생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말입니다.

 

- 이건희는 놀랍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이미 2020년대 산업 구조를 머릿 속에 그리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휴대폰 성공 신화는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낸 건 모두 이건희의 미래 비전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어쩌면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고도 메모리반도체만 투자한 건 반쪽 성공이라거나, 애니콜-갤럭시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 애플보다 뒤떨어진다고 품평할 수도 있을텐데요. 너무 배부른 소리 같습니다. 중진국 수준이던 한국에서 이 정도 성공을 거둔 것만도 기적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물론 앞으로는 삼성이 또 한 번 도약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 책의 구성도 좋습니다. 시중에 워런 버핏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은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을 엮은 뒤 해설을 가미한 책이 대다수입니다. <경제사상가 이건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가 이건희 회장의 말과 글을 잘 정리했고, 여기에 주변인들에 대한 취재를 더해 완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버핏 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한국인들이 쉽게 떠올리는 기업가들이 있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건희도 한 번 읽어보는 게 어떨까요. '창업자가 아니라 '재벌집 아들'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제2 창업'이라는 말처럼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은 사실상 새로운 회사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역시 챙겨봐야 할 책이 <경제사상가 이건희>입니다. 저는 미술에는 조예가 없어 해당 부분은 속독으로 읽고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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