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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낙엽이 지기 전에 - 침략자 없는 전쟁, 1차 세계대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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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이 지기 전에.
  ‘1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라는 부제는 직설적인데, ’낙엽이 지기 전에‘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지 알 기가 어렵습니다.
  전쟁사를 다룬 책인데, 제목은 낭만적으로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전쟁의 비극성을 더 부각하는 제목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참전하는 군인들에게 ‘낙엽이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올 거’라던 독일 황제 빌헬름 2세.
  속도전과 압도적 승리를 장담했지만, 현실은 수천만 명이 전장과 참호에서 죽어간 최악의 전쟁으로 귀결됐습니다.

  히틀러같은 상징적인 침략자가 없기에 1차 세계대전은 그 피해 규모나 역사적 의미에 비해 낯선 것도 사실인데요,
  전쟁의 참상을 접하는 건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나 ’1917‘을 통해 가능합니다. 두 영화 다 수작이기도 합니다.

  다만 전장, 전투를 넘어, 전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낙엽이 지기 전에‘는 매우 충실한 해설서라고 봅니다.

  단순히 전쟁 기록을 나열하는 책이 아닙니다.
  참전국들의 결정이 어떤 상승 작용을 일으켜 전쟁 발발로 이어지는지 팩트에 기반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충실하면서도 간결한 문장 속에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역량이 드러납니다.

  ‘방어 우위라는 객관적 현실을 외면하고 선제공격이 유리하다는 도그마 때문에 발생했던 전쟁이 1차 대전이었다.’
  책은 국가 간 갈등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정부 안에서 펼쳐지는 주요 인물들 사이의 상호작용도 잘 그려냅니다.
  덕분에 당시 정치인과 군인 등 정책 결정자들의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이 더 소중한 이유는, 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한반도 정세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이 출간된 건 2017년 6월이지만, 최근 정세에 비추어봐도 의미는 여전합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북-러 밀월. 미-중 갈등. 재부상하는 일본.. 한반도 정세는 1백여년 전 유럽 만큼이나 위태롭습니다.

  대외적 도발에 유약하지 않게 맞서면서도, 모두를 공멸로 몰아넣을 전쟁 위기는 막아내는 정책과 군사 역량은 충분한 걸까요.


'한반도 전략상황을 방어우위의 안보딜레마로 파악한다는 것은 대북 군사전략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북한 위협에 대비함에 있어 침략에 대비한 억제력 강화라는 전통적인 과제와 함께 의도하지 않은 위기불안정을 고려하는 절제된 상황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더 이상 억제의 실패, 즉 의도된 침략으로만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쌍방 모두가 원치 않더라도 위기관리에 실패하여 터져버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단호함만으로는 평화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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